Blog

[게임미술관] ‘데스티니 차일드’에 생명을 주다! 캐릭터 아티스트 ‘혈라’ 김형섭 작가

By 12월 26, 2018 3월 14th, 2019 No Comments

김형섭 캐릭터 아티스트. 사실 그는 대다수 사람에게 본명보다는 <데스티니 차일드>의 ‘혈라’라는 닉네임으로 더 익숙합니다. 통통한 체형의 성인 여성 캐릭터를 자주 그리는 건 물론이고, 그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디테일과 생동감을 표현한다고 평가받는 김형섭 작가. 게임미술관 8화에서는 시프트업 소속 아티스트 김형섭 작가를 만나 캐릭터 아티스트로써 성장 방법과 유독 기억에 남는 작품들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혈라’ 김형섭 아티스트.

뛰어난 관찰력과 표현력으로 유년 시절부터 그림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을 것 같은 김형섭 작가. 하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공부하고 진로를 ‘미술계’로 정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라 합니다. 그전까지는 만화 ‘드래곤볼’이나 ‘세일러문’을 보며 만화책 위에 미농지를 깔고 베껴 그리거나 교과서나 노트에 낙서를 하던 게 전부.

그림 그리기를 단순 취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그가 ‘미술은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다’라고 처음 느낀 건 중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낙서라고 생각한 그림 일부를 인터넷에 올린 김 작가는 얼마 뒤 각종 칭찬이나 응원, 그리고 긍정적인 피드백이 담긴 댓글들을 확인하게 됩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전까지는 그림을 혼자 그리고 혼자 확인하는 정도로 끝났기에 ‘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다수의 응원 댓글을 보니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었구나’를 느끼게 됐으며, 그때를 계기로 그림 그리기를 직업으로 삼자고 다짐케 됐다”라고 전했습니다.

#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중요한 건 ‘고집’보다 ‘내려놓기’

‘좋은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작가는 “자기가 좋아하는 최애(가장 사랑하는) 요소를 고집하지 말 것, 평소 취향이나 고집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연구할 때 좋은 그림이 나온다”라고 전했습니다. 작가 취향과 개성이 확고해 모든 그림에 이를 녹여내고 자신을 드러내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더욱 확고히 표현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싫어하는 요소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공부해야만 작품도 개인 실력도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취향을 내려두고 그린 대표작에 <데스티니 차일드> 캐릭터 ‘리타’와 ‘쿠바바’를 예로 들었습니다.

김형섭 작가는 작품에 작가 개인 취향을 고집하기보다 작가가 싫어하는 요소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공부해야만 작품도 개인도 발전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본인 취향을 내려두고 그린 대표작 중 하나인 <데스티니 차일드> 캐릭터 ‘쿠바바’​

이중, 리타는 김 작가 평소 취향에 반하는 요소로 가득한 캐릭터. 리타의 설정은 어린 소녀, 동물(뱀), 오컬트 등으로 이는 평소 취향대로라면 그리기는커녕 상상조차 하지 않았을 소재였다 합니다. 더구나 대표 동물이 ‘뱀’이라는 점까지… 리타는 머리부터 발끝 그리고 함께하는 동물까지 김 작가 ‘불호’ 취향을 제대로 건드린 캐릭터였습니다.

그런 그가 작업을 결심한 건 오히려 반대되는 취향에 대한 탐구와 도전 때문이라 합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것만 고집하고 싫어하는 요소를 마냥 피하기만 하면 내가 뭘 잘 그리는지 알 수 없다. 여기에 ‘발전 없는 나’에 대한 불편함과 찝찝함이 남는 건 덤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음이 안 내키는 건 어찌 돌렸지만 작업 역시 쉽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평소 뱀을 무척 싫어하긴 하지만 이왕 시작한 일인 만큼 누가 봐도 ‘뱀’이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한 묘사를 하고 싶었던 김 작가. 제대로 된 표현과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비늘 구도부터 색감, 빛 방향, 질감 등을 모두 살리는 세밀 작업을 수행했고, 그 때문에 하루 온종일 작업해도 고작 2 ~ 3cm 정도 그리는 게 전부였습니다. 김 작가는 리타 그림 중 뱀 부분만을 완성하는 데에만 10일 정도 걸렸다 합니다.

김 작가가 ‘불호 요소’로 가득한 소재를 그리고 작품화하면서 느낀 건 ‘싫어하는 요소’를 제대로 그릴 줄 알 때 ‘내가 좋아하는 것’ 역시 확고히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타인이 좋아하는 요소를 공부하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요소와의 차이점을 알게 되고 그 차이를 다시 살려 ‘내가 좋아하는 요소’를 한층 더 잘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데스티니 차일드> 리타를 그리기 전 ‘싫어하는 요소’로 가득한 설정 때문에 난색을 보인 김형섭 작가. 하지만, 취향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피하기만 하는 건 작품에도 본인에도 발전이 없다고 생각해 도전하게 됐다고 전합니다​.

# 최애캐 ‘바리’ 탄생 비화로 전한 ‘색’의 중요성

“여태까지 만든 캐릭터 중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누구인가?”. 그간 수많은 캐릭터를 그린 김 작가는 해당 질문에 모든 캐릭터에 애정을 쏟고 있지만 그중 <데스티니 차일드> ‘바리’는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유독 ‘장녀’처럼 든든한 캐릭터라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찌 보면 현재까지 그린 캐릭터 중 최고로 애정을 쏟는 캐릭터, 이른바 ‘최애캐’는 바리인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작가와 바리의 첫 만남은 ‘비즈니스’였습니다. <데스티니 차일드>에 신규 캐릭터가 필요했기에 회사에서 설정을 받아 만든 ‘업무’였기 때문이죠. 김 작가가 바리 설정을 전달받았을 때는 초기 콘셉트만 주어진 상황이었다 합니다. 설정상 바리는 한복을 입은 무녀 혹은 무당. 혼불을 볼 수 있는 영매사에 나이는 10대 후반 정도인 소녀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겉으로는 부드럽고 따뜻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뭔가를 숨기고 있는 의문스러우면서 신비로운 캐릭터’가 부연 설명으로 붙어 있었다 합니다.

이런 설정들 때문에 김 작가는 캐릭터 생김새를 먼저 고민하기보다 바리가 숨기고 있는 다크함(?)을 표현하기를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얼굴 표정’과 ‘눈동자 색’에 힘을 실어 모든 설정을 표현하고자 했다 전합니다. 이중, 더 신경 쓴 부분은 눈동자 색. 그림에서 빛 표현과 명암, 채색은 같은 구도 그림도 전혀 다른 느낌을 주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요소. 표정을 아무리 신비롭게 표현했다 하더라도 채색, 그중에서도 눈동자 색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면 특유 느낌이 나지 않을 수 있다 강조했습니다.

바리의 신비로움을 강조하려 했던 김 작가는 눈동자 색을 뿌연 흰색으로 설정, ‘안구 백탁’으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현재 바리의 눈동자 녹색 빛을 띤 노란색인 반면, 초기 바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해당 버전은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 컴펌에서 ‘눈동자 색을 진하게 표현해 몽환성을 살렸으면 한다’라는 피드백이 왔고, 이를 반영한 게 지금 바리 모습이라 합니다. 어떤가요, 내면의 어둠을 숨기고 있는 듯한 설정이 느껴지시나요?

김형섭 작가 ‘최애캐’ 중 한 명인 <데스티니 차일드> ‘바리’. 내면의 어둠과 신비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김 작가가 처음 선택한 표현은 ‘안구 백탁’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몽환적인 느낌을 더 살렸으면 좋겠다는 평가를 받은 뒤 짙은 색으로 수정해 지금 버전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김 작가는 또 다른 최애 작품으로 <블레이드 & 소울> 팬아트였던 ‘붉은 비밀’을 꼽았습니다. 그림은 게임 속 암살자가 스킬 ‘뇌절도’를 쓰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공교롭게도 김형태 대표의 첫 번째 조언이 담긴 작품이라고 합니다. 때는 5년 전 <블레이드 & 소울> 1주년 맞이 의상 디자인 콘테스트가 진행되던 때. 당시 게임 열혈 유저였던 김 작가는 의상 공모전이 열린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참가, 하지만 입상조차 못 해 망연자실하고 맙니다.

그로부터 얼마 뒤, 김 작가가 운영 중인 블로그 비밀 댓글에 김형태 대표가 ‘응모작을 직접 확인했다. 입상은 못 했지만 분명 좋은 작품이었으니 너무 마음 상해하지 말았으면 한다’라고 남겼다 합니다. 이 일을 계기로 김 작가는 김형태 대표를 직접 만나기까지 했고, 김형태 대표는 김 작가에게 ‘캐릭터 얼굴도 집중해서 그려봤으면 한다’라고 조언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결과 탄생한 작품이 ‘붉은 비밀’. 뛰어난 금속 묘사는 물론이고 당장이라도 적을 물리 칠 수 있을 것 같은 용맹한 표정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 한 번에 완성이 아닌 낙서부터 시작해 천천히 하나씩, 욕심을 버릴 때 나오는 명작

하나의 미술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작업 과정도 중요하지만, 그림의 방향과 내용 등 ‘구도’를 잡는 것도 중요합니다. 캐릭터 배경은 어떤 것으로 정할지, 분위기와 색감은 어떻게 표현할지, 캐릭터 생김새와 주변 묘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구상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 작품을 그리기는커녕, 부담감으로 인해서 되려 그림 그리기를 포기하고 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구상’에 대한 고민과 부담을 줄이고 ‘명작을 그려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다면 오히려 지금 그림을 낙서라 생각하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거다 싶은 느낌 없는 구상을 스케치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구상이 어렵다면 큰 틀만 생각하고 낙서를 해보자. 등교하는 사람을 그린다고 가정하면 사람을 어떤 느낌으로 스케치하고 ‘등교’라는 주제가 있으니 필요한 건물, 벽, 신호등 등을 그려 넣을 것이다. 이제 그 어려운 ‘구상’이 완성됐다. 여기서부터는 완성도를 어떻게 올리느냐 문제다”라고 전했습니다.

김 작가는 끝으로 미래 아티스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회사에 취직해 그림 그리기를 ‘업무’로써 마주하게 되더라도 틈틈이 개인작을 그리는 등으로 ‘내가 뭘 표현하고 싶었고, 뭘 그리고 싶었는지’에 대해 가볍게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했습니다.

아무리 창작 활동을 좋아하는 작가라도 ‘내가 원해서 그리는 그림’이 아닌 회사에서 주는 일로써만 그림을 그린다면 가장 좋아했던 일이 고되게 느껴지고 결국 ‘나는 지금 뭘 하는 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번아웃에 빠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더불어 개인작을 그리는 건 자기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작가는 “창작 활동은 일에 대한 만족도와 작가 개인의 열정이 없으면 오래 하기 힘들다. 더구나 ‘그림’이라는 일은 직업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고 수입을 보며 만족을 느끼는 분야는 더욱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그림을 그리는 본인이 만족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요소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개인작은 ‘내 색을 유지하는 그림’을 그리면서도 업무 중 찾지 못한 나의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열어주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열정으로 시작한 그림 그리기, 그 열정을 잃지 말았으면 한다”라고 권했습니다.

김형섭 작가의 다른 캐릭터 아트들이 보고 싶다면 블로그 (바로가기)에서 더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김형섭 작가는 작가 개인 발전뿐 아니라 열정을 잃지 않기 위해 꾸준히 개인작을 그릴 것을 권했습니다. 김 작가는 위와 아래 작품처럼 꾸준히 개인 작품을 그리고 있다 합니다 🙂

원문보기: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7427896&memberNo=24985926